건강 담은 한 상, 약채락 한정식

차령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자리한 제천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해가 짧고 일교차가 크다. 고랭지이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고, 토양에는 석회질이 많아 물이 잘 빠진다. 다시 말해 약초가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예부터 제천은 약초의 고장이자 건강한 고장으로 그 명성이 자자했다. 또 약초를 이용한 음식 문화도 발달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제천 약초 비빔밥이다. 

어느새 제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약초 비빔밥의 별칭은 약채락(藥菜樂)이다. '약초와 채소를 함께 즐기는 음식’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표고버섯을 달인 물로 밥을 짓기 때문에 향과 풍미가 뛰어나며, 당귀, 천궁, 작약 등의 약초와 각종 채소를 놋그릇에 넣고 고추장과 함께 쓱싹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약채락은 이름처럼 즐겁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각종 식재료가 조화를 이뤄 약초의 쓴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약초의 향과 형형색색의 음식들이 식욕을 돋워 준다. 약초를 이용한 비빔밥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약채락 전통 비빔밥, 약채락 강된장 비빔밥, 약채락 육회 비빔밥 등 다양한 음식이 있기 때문에 입맛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건강한 향이 한가득, 곤드레밥

약채락 한정식으로 드러나는 제천 약초의 명성을 이어가는 산채나물이 있다. 바로 곤드레나물이다. 곤드레에는 칼슘, 탄수화물, 비타민이 풍부하며 민간에서는 부인병의 치료 약으로도 쓰인다. 덕분에 곤드레를 활용한 음식은 여성들에게 좋으며, 실제로도 인기가 좋다. 좋은 향에 씹는 맛도 부드러운 곤드레는 무침, 튀김, 쌈 등으로 먹을 수 있지만 주로 밥을 지을 때 함께 넣곤 한다. 이렇게 지어진 푸른빛의 곤드레밥에 양념장을 살짝 넣어 비벼 먹으면 입 안은 물론 몸 안에도 건강한 맛이 차오르게 된다. 제천시에서는 이러한 곤드레밥을 더욱 널리 보급하기 위해 컵밥의 형태로도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칼칼한 육수가 일품, 도토리 채묵

도토리 채묵은 제천의 대표 향토 음식이다. 맛이 좋고 식감이 쫄깃하면서도 끈기가 있어 예부터 지역에서는 꽤 유명세를 타왔다. 험하기로 이름난 박달재 고개를 넘어가던 사람들이 한숨 돌리며 허기진 배를 채웠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월악산 깊은 산에서 채취한 도토리로 만들어서 그런지 맛과 향이 뛰어나다. 젓가락으로는 묵을 집기 어려울 정도로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피해 다니기 때문에 숟가락을 사용하여 먹는 것이 편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만큼 부드럽고 탄력이 좋기 때문에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음식도 없다. 

도토리묵을 도톰하게 썰어서 그릇에 담고 잘게 다진 김치와 쇠고기, 김, 달걀지단, 깨소금 등의 고명을 얹고 육수를 부으면 완성된다. 여기에 적당량의 밥을 말아 묵밥의 형태로 해서 먹기도 한다. 도토리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독이 없기로 유명하다. 떫은 \맛을 내는 타닌과 아콘산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소화가 잘되고 체내에 쌓인 중금속을 배출하는데 효능이 크다. 또한, 입 안이 잘 헐거나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는 사람에게도 큰 효능을 발휘한다고 한다.